우즈베키스탄의 사마르칸트는 실크로드가 동서를 잇던 시절 가장 빛나던 도시 가운데 하나다. 기원전 7세기에 세워져 14세기 티무르 제국 때 전성기를 맞았고, 그 무렵 올린 푸른 타일의 모스크와 마드라사가 지금까지 옛 영광을 전한다. 동서 문명이 오가던 길목에 자리한 덕분에 페르시아와 중앙아시아, 동아시아의 문화가 한데 녹아들어 독특한 색을 이루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다녀갔고 칭기즈 칸의 군대가 휩쓸었으며 다시 티무르의 손에서 되살아난 도시라, 골목마다 흥망의 사연이 겹겹이 쌓여 있다. ‘푸른 도시’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것이 아니다.
실크로드의 심장, 레기스탄 광장
사마르칸트를 대표하는 풍경은 단연 레기스탄 광장이다. 세 채의 마드라사가 광장을 둘러싸고 서로 마주 보는 구조로, 청록색 타일과 황금빛 장식이 햇빛을 받아 눈부시게 빛난다. 울루그벡, 셰르도르, 틸라카리 마드라사는 지어진 시기가 제각각이라 장식의 결도 조금씩 다른데, 그중에서도 사자와 태양을 큼직하게 새긴 셰르도르의 정면은 사람이나 동물을 좀처럼 그리지 않는 이슬람 미술에서 보기 드문 사례다. 가장 먼저 세워진 울루그벡 마드라사는 한때 천문학과 수학을 가르치던 학문의 중심이었고, 가장 늦게 지어진 틸라카리는 안쪽 모스크 천장을 금박으로 빼곡히 채워 ‘금으로 덮였다’는 이름이 붙었다.
안뜰로 들어서면 한때 학생들이 머물던 작은 방들이 회랑을 따라 늘어서 있고, 지금은 일부가 공예품 가게로 쓰여 타일과 세밀화, 비단 제품을 구경할 수 있다. 한낮에는 타일색이 선명하고 해 질 무렵에는 건물 전체가 금빛으로 물들며 밤에는 조명이 켜져, 시간대마다 전혀 다른 표정을 보여 준다. 그래서 시간을 달리해 두 번 찾는 사람도 적지 않다. 광장이 워낙 넓고 건물이 높아 전체를 한 화면에 담기 어려우니, 조금 떨어진 계단이나 맞은편에서 바라보면 세 마드라사가 나란히 들어오는 구도를 잡을 수 있다. 이 일대는 사마르칸트, 문화의 교차로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에 등재되어 있다.

티무르가 남긴 도시
사마르칸트는 정복자 티무르가 제국의 수도로 삼아 정성껏 가꾼 도시라, 그가 남긴 건축들이 시내 곳곳에 흩어져 있다. 한때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큰 모스크였던 비비하눔은 티무르가 원정에서 돌아와 한꺼번에 지어 올린 것으로, 무너지고 복원되기를 거듭했지만 푸른 돔이 여전히 도시의 이정표 노릇을 한다. 그 규모가 워낙 커서 당대 기술의 한계를 넘어선 무리한 공사였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따라붙는다.
좁은 골목 양옆으로 영묘가 줄지어 선 샤히진다는 타일 장식이 가장 정교하게 남은 묘역으로 꼽힌다. 계단을 올라 영묘 사이를 천천히 걷는 동안 색과 무늬가 조금씩 달라져, 한 골목 안에서 여러 세기의 장식 양식을 한꺼번에 비교해 볼 수 있다. 이렇게 화려한 이슬람 건축과 골목의 정취가 인상 깊었다면 모로코 마라케시의 옛 도시도 비슷한 결을 지녔다. 티무르가 잠든 구르에미르 영묘는 푸른 돔과 황금빛 내부로 이름났는데, 흥미롭게도 그의 손자 울루그벡은 천문학자이기도 해서 그가 세운 천문대 터에는 별의 위치를 재던 거대한 육분의의 일부가 지금도 남아 있다. 정복자의 무덤과 학자의 관측소가 한 도시에 나란히 자리한 셈이다. 시간이 더 있다면 옛 도시 아프로시압의 발굴 터와 박물관에 들러, 칭기즈 칸에게 파괴되기 전 사마르칸트의 모습을 가늠해 보는 것도 좋다.
가는 길과 일정
사마르칸트는 수도 타슈켄트에서 고속열차 아프로시욥으로 두 시간이면 닿는다. 좌석이 빨리 차는 편이라 미리 예매해 두면 마음이 편하고, 차창 밖으로 스치는 초원과 마을 풍경도 여정의 일부가 된다. 부하라, 히바 같은 다른 실크로드 도시와 묶어 일주일가량 일정을 짜는 여행자가 많은데, 도시마다 색이 달라 함께 둘러보면 실크로드의 큰 그림이 그려진다. 사마르칸트가 푸른 타일의 도시라면 부하라는 흙빛 옛 성채의 도시, 히바는 성벽 안이 통째로 박물관 같은 도시라 비교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여름은 매우 덥고 겨울은 추우니 기온이 온화한 봄과 가을이 둘러보기 가장 좋다. 특히 4월에서 5월, 9월에서 10월은 햇볕이 부드러워 타일색이 한층 곱게 살아난다. 시내 명소는 대체로 가까워 도보와 택시로 충분히 돌아볼 수 있고, 현지 시장에서 말린 과일과 견과, 갓 구운 빵을 맛보는 것도 빼놓기 아쉬운 즐거움이다. 양고기 꼬치와 기름밥 플로프 같은 든든한 현지 음식도 곁들여 보자. 이슬람 문화권인 만큼 모스크나 영묘에서는 노출이 적은 옷차림이 좋고, 신발을 벗어야 하는 곳도 있으니 참고하면 좋다. 이처럼 사막을 낀 옛 도시의 정취가 좋다면 인도 라자스탄의 여정도 함께 떠올려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