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라켄은 스위스 베른 고원의 두 호수, 툰 호수와 브리엔츠 호수 사이에 자리한 작은 도시다. 이름부터 ‘호수 사이’라는 뜻을 품고 있는데, 그 자체로 볼거리가 넘친다기보다는 알프스 한복판으로 들어가는 관문 역할을 한다. 도시가 아담해 어디든 걸어서 닿고, 기차역을 중심으로 산악 철도와 케이블카가 사방으로 뻗어 있어 매일 다른 봉우리로 떠나기 좋다. 그래서 융프라우 지역을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이곳을 거점으로 삼는다.
융프라우요흐로 오르는 길
인터라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일정은 해발 3,454미터의 융프라우요흐로 오르는 것이다. 유럽에서 가장 높은 기차역이라 ‘톱 오브 유럽’이라 불리며, 한여름에도 사방이 눈과 얼음으로 덮여 아래 마을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이렇게 광활한 설산과 빙하가 인상 깊었다면 뉴질랜드 남섬의 빙하 탐험도 비슷한 감동을 안겨 준다. 동역에서 정상까지는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이 걸리는데, 가장 빠른 길은 그린델발트 터미널에서 아이거 익스프레스 곤돌라로 오르는 경로이고 좀 더 고전적인 분위기를 원한다면 라우터브룬넨과 벵엔을 거쳐 산악 열차로 천천히 오르는 길이 있다. 올라갈 때와 내려올 때 서로 다른 경로를 택하면 같은 여정을 두 배로 즐길 수 있다. 가는 길에 차창으로 스치는 폭포와 초원, 산비탈 마을이 이미 하나의 볼거리라, 자리는 진행 방향을 바라보는 쪽에 앉는 편이 좋다. 자세한 운행 정보는 융프라우 철도 공식 안내에서 미리 확인하는 편이 좋다.

정상에서 보내는 시간
융프라우요흐에는 얼음을 깎아 만든 얼음 궁전과, 알프스에서 가장 긴 알레치 빙하를 내려다보는 스핑크스 전망대가 있다. 빙하 위로 나가는 눈밭 산책로와 짧은 썰매 체험도 마련되어 있어, 한여름에 눈을 밟아 보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날씨가 워낙 변덕스러워 구름이 끼었다가도 금세 걷히니, 서두르지 말고 두세 시간쯤 머무는 일정을 권한다. 고도가 높아 처음에는 숨이 가쁠 수 있으니 천천히 움직이는 것이 좋다. 이 일대는 스위스 관광청이 소개하는 유네스코 자연유산 지역이기도 하다.
날씨와 복장
정상은 한여름에도 영하로 떨어질 수 있어 두꺼운 겉옷과 선글라스가 필수다. 고도가 높아 자외선도 강하니 선크림을 챙기고, 여러 겹으로 껴입어 기온 변화에 맞춰 벗고 입는 방식이 가장 편하다. 눈에 반사된 햇빛이 강해 모자나 챙이 있으면 한결 편하고, 미끄러운 구간을 대비해 바닥이 단단한 신발을 신는 것이 좋다. 성수기에는 좌석 예약을 해 두어야 원하는 시간대 열차를 놓치지 않는다.
마을과 호수, 그리고 다음 행선지
정상만 보고 내려오기 아쉽다면 인터라켄 주변에서 하루를 더 보내자. 케이블카로 십 분이면 닿는 하더 쿨름 전망대에 오르면 두 호수와 아이거, 묀히, 융프라우 삼봉이 한 화면에 담긴다. 라우터브룬넨 계곡으로 발을 옮기면 절벽에서 곧장 떨어지는 슈타우프바흐 폭포와 초록 들판이 어우러진 풍경이 기다리고, 인근의 그린델발트나 뮈렌은 한적한 산골 마을의 정취를 느끼기에 좋다. 인터라켄은 패러글라이딩의 성지로도 꼽혀, 산비탈에서 뛰어내려 마을과 호수 위를 활공하는 십오 분 남짓의 체험이 짧지만 강렬하다. 격렬한 활동이 부담스럽다면 브리엔츠 호숫가를 걷거나 유람선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데, 마을의 다양한 즐길 거리는 인터라켄 관광 안내에서 한눈에 모아 볼 수 있다. 여러 산악 교통을 자주 이용할 계획이라면 구간을 묶은 통합 패스가 경제적이다. 이렇게 알프스를 누빈 뒤 전혀 다른 결의 도시 여행이 당긴다면 교토 사찰 산책이 좋은 다음 코스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