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일강 중류에 자리한 룩소르는 고대 이집트의 수도 테베가 있던 곳이다. 신왕국 시대 이집트 문명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이 도시는 제국의 종교 중심지로 우뚝 섰고, 강을 사이에 두고 동쪽에는 산 자의 신전이 서쪽에는 죽은 자의 무덤이 나뉘어 자리한 덕분에 흔히 ‘세계 최대의 야외 박물관’이라 불린다. 카이로에서 비행기로 한 시간 남짓이면 닿고, 도시 전체가 거대한 유적지라 며칠을 머물러도 볼거리가 끊이지 않는다.
동안의 거대한 신전
나일강 동쪽 기슭에는 거대한 신전 두 곳이 마주 보고 서 있다. 그중 카르나크는 인류가 지은 가장 큰 종교 건축물 가운데 하나로, 1,500년에 걸쳐 여러 파라오가 증축을 거듭한 결과 기둥의 숲이라 불리는 대열주실에 134개의 거대한 기둥이 늘어서게 되었다. 가장 높은 기둥은 20미터를 훌쩍 넘어 그 아래 서면 사람이 한없이 작게 느껴진다. 신전으로 들어가는 길목에는 양 머리를 한 스핑크스가 줄지어 있고, 안쪽으로는 오벨리스크와 성스러운 호수가 차례로 이어져 한 바퀴 도는 데만 두세 시간이 걸린다. 약 3킬로미터 떨어진 룩소르 신전은 한때 양옆에 스핑크스가 늘어선 길로 카르나크와 이어져 있었고, 해가 진 뒤 조명이 켜지면 낮과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 저녁에 다시 찾는 사람도 많다. 두 신전을 아우르는 이 일대는 고대 테베와 네크로폴리스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에 등재되어 있다.

서안의 무덤, 왕가의 계곡
강을 건너 서쪽으로 가면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다. 이곳은 죽은 자의 영역으로, 바위산을 파 들어간 무덤 수백 기가 골짜기에 숨어 있고 그중 일부만 일반에 공개된다. 무덤마다 벽과 천장을 빼곡히 채운 채색 부조와 상형문자가 수천 년이 지난 지금도 선명한 색을 간직하고 있어, 좁은 통로를 따라 안으로 들어설수록 고대인의 내세관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꼭 둘러볼 곳
서안의 핵심은 투탕카멘을 비롯한 신왕국 파라오들이 잠든 왕가의 계곡이다. 그 곁의 왕비의 계곡에는 람세스 2세의 왕비 네페르타리 무덤이 정교한 벽화로 이름났고, 절벽을 배경으로 삼층 테라스를 쌓아 올린 하트셉수트 장제전과 들판에 우뚝 선 두 개의 석상 멤논의 거상도 빼놓기 아쉽다. 무덤 장식의 보존 상태가 워낙 좋아, 한 곳만 들어가도 고대 이집트 미술의 정수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이렇게 산속에 잠든 고대 문명의 자취가 인상 깊었다면 페루 마추픽추 탐방 코스도 비슷한 울림을 준다.
관람 요령
무덤 내부는 사진 촬영이 제한되거나 별도 요금이 붙는 경우가 많고, 입장권에 포함된 무덤이 정해져 있으니 매표소에서 미리 확인하는 편이 좋다. 네페르타리 무덤처럼 특별 입장권이 필요한 곳도 있어, 보고 싶은 무덤이 있다면 일정과 예산을 미리 가늠해 두는 것이 좋다. 한낮에는 기온이 매우 높아지므로 이른 아침에 서안을 먼저 돌고 더운 한낮에는 잠시 쉬어 가는 일정이 무난하다. 그늘이 거의 없으니 모자와 물, 햇볕을 가릴 옷을 챙기는 것이 좋다.
열기구와 나일강 크루즈
룩소르의 또 다른 명물은 새벽 열기구다. 동이 트기 전 떠올라 서안의 신전과 무덤 위를 내려다보는 비행은 오직 이 도시에서만 누릴 수 있는 경험이다. 발아래로 펼쳐지는 신전과 들판, 굽이치는 나일강이 아침 햇살에 물드는 풍경은 여행의 가장 강렬한 기억으로 남는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나일강을 따라 아스완까지 내려가는 크루즈를 더해도 좋다. 배 위에서 강변의 신전들을 차례로 들르며 며칠을 보내는 일정은, 고대 이집트인이 강을 따라 오가던 방식을 그대로 따라가는 셈이다. 이처럼 오랜 세월이 켜켜이 쌓인 옛 도시의 또 다른 매력이 궁금하다면 두브로브니크 구시가지 산책을 이어 읽어 보자.